고속도의 문명 발전이 계속되면서, 우리들의 생활은 굉장히 편리해졌다. 말로 30일이 걸리던 부산-서울이 자동차로는 5시간. 딱 5시간만이면 가고 30일이 걸리던 문서전달이 이메일로는 딱 5분. 딱 5분이면 가는 요즘. 문서작성도 예외일까? 컴퓨터의 한글 2008을 써서 뚝딱 완성하는게 요즘의 일상이다. 한마디로 '정형화'되어있다.

나는 만년필을 좋아한다. 나만의 펜이라고 말할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펜'이라고 꼽히는 하이테크를 보라. 26색이라고 하면서 여러가지 색으로 학생들을 현란하게 유혹한다. 근데. 근데 말이다. 그것도 나만의 펜일까? 26색. 많다. 많긴 한데 옆의 친구를 보면 같은 검정색 하이테크를 쓰고있고, 옆의 친구를 보면 같은 빨간색 하이테크를 쓰고있다. 나만의 펜 이란게 없다.

그럼 나만의펜, 만년필을 만들기 위해 큰 돈을 들여야 하나?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만년필에 대한 느낌이란 이럴것이다.

[몬테그라파의 평화의 펜. 1,259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있다. 가격은 75만 달러.]

이런 초 고가의 사치품. 평화의 펜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정도의 사치품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래, 맞다. 만년필은 사치품이다. 잉크도 들고, 맘에 안들면 바꿔버리는. 그런 사치품이다.
만년필을 못쓰는 가장 큰 이유가 뭐냐!? 하고 물으면 '가격이요'라고 할것이다. 그렇다. 대부분의 생각하는 만년필은 자루당 오만원이 넘는 고가다. 고가 맞다. 대부분의 좀 '쓸만한'만년필들은 다들 오만원이 넘어버리니깐. 근데, 근데 말이다. 저렴한 3000원으로도 만년필을 즐길수 있다면, 당신은 즐길것인가? 


[플래티넘 사의 프레피 만년필. 3000원선]

일본의 플래티넘사에서 나온 프래피라는 만년필이다.가격을 보면 '이게 만년필이야? 장난감이지?'라고 말할것이다. 그런분들께 말하자면 '만년필 맞다'. 잉크도 잘나오고, 쭉쭉 나가는게, 이거 만년필 맞다. 한국에도 수입됬다. 교보문고 핫트랙스등을 가보면 있을것이다. 이제 만년필에 흥미가 좀 느껴지시는가?

나만의 펜을 구할려면, 첫째로 자신의 필기목적을 알아야 한다. 노트필기를 목적으로 할 것이라면 얇은 촉 (만년필에서는 Nib, 닙이라고 말한다)을 선택하는것이, 싸인용이라면 굵은 촉을 선택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만년필을 제조하는 회사는 여러가지 회사가 있다. 독일의 몽블랑, 펠리칸, 라미등 여러가지 유럽브랜드. 세일러, 플래티늄, 파일럿등 일본브랜드, 쉐퍼 등의 미국브랜드.  노트필기를 하는쪽이라면 일본 브랜드나 미국브랜드. 싸인을 하는 쪽지라면 유럽브랜드를 선택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만년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연 '닙'이라고 말할수 있다. 닙은 만년필의 촉부분. 종이와 맞닿는 부분을 말한다.

1.슬릿.(SLIT)
만년필 닙 가운데에 있는 틈. 이 슬릿이 벌어지면서 피드바에 있는 잉크가 흐르는것이다.
슬릿의 길이가 짧으면 경성, 슬릿의 길이가 길면 연성이다.
경성은 필기감이 약간 거칠고, 연성은 부드럽다. 대부분의 고가의 펜들은 닙의 크기가 크고, 슬릿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연성이고, 부드러운 편이다.

2.펠릿. (PELLET)
만년필 끝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금속 덩어리이다.
이리듐, 팔라듐, 루테늄, 로듐 등의 백금족 원소들로 처리가 되어 있고, 펜촉의 마모를 막는다.
자신의 펜을 가진다는 의미는, 펠릿을 자신의 필기습관에 맞춰 마모시킨다는 의미를 가진다고도 할수 있다.
펠릿의 크기에 따라 펜촉의 크기가 결정된다.
펜촉은 SEF(=UEF)<EF<F<M<B 순으로 굵기가 굵어지며, SEF는 세일러의 초 극세촉, UEF는 플래티늄의 초 극세촉을 뜻한다. 노트필기에는 EF,F가 적당하며, 싸인류는 M,B가 적당하다.

3.피드바 (FEEDBAR)
잉크가 리저보어(잉크 저장소)로부터 흘러내리는 통로를 뜻한다.

4.하트홀 (Heart Hole)
슬릿 위의 조그마한 구멍이다.
슬릿 위에 잉크가 잠시 모이는 장소이고, 크면 연성이다.

또한, 닙은 금 닙과 스텐닙으로 나뉘는데, 금닙은 연성이며 부드러우며, 스텐은 경성을 띈다.
급닙은 대부분 14k나 18k를 쓰는데, 파카의 경우 8k,10k를 쓰는 경우도 있다.
14k는 금 함유량이 58.5%라서 585로, 18k는 금 함유량이 75%라서 750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만년필을 쓰기 위해서는 잉크가 필요하다. 이 잉크가 있는 저장소를 '리저보어'라고 하는데, 만년필의 리저보어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1.컨버터방식
컨버터 방식은 큰 통에 잉크를 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여러번 재활용 가능하다.
스크류식 컨버터 (돌려서 잉크를 넣는 컨버터)
에어로매틱식 컨버터 (눌러서 기압차를 이용하여 잉크를 넣는 컨버터)
플린져식 컨버터 (펠리칸, 몽블랑등에 주로 이용되는 컨버터. 바디 전체가 컨버터라서, 잉크 저장량이 많다)

2.카트리지 방식
1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끔 '주사기 신공'이라고, 주사기에 잉크를 넣고, 카트리지에 충전하여서 쓰는 법이 있다.


리저보어가 있으면 잉크가 필요하겠지?
대부분의 만년필 제조사는 자사의 잉크를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래도 '권장'이지 필수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타사의 잉크를 넣어도 된다. 다만, '제도용 잉크'는 절대로 넣어서는 안된다. 만년필을 못쓰게 된다.

잉크의 충전방식은 간단하다. 일단 만년필 펜촉을 잉크 병 안에 푹 잠군다 (그립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 그다음 스크류 방식의 컨버터라면 손잡이를 돌려 잉크를 충전하고, 에어로 매틱 방식의 컨버터라면 손잡이를 눌러 잉크를 충전한다. 플린저 방식의 컨버터도 스크류 방식의 컨버터와 잉크충전 방식은 동일하다. 그다음 잉크병에서 빼고, 한두방울 정도를 흘려준다. 그 다음에 펜을 뒤집어서 완전히 잠궈준다. 닙에 남아있는 잉크는 크리넥스 휴지등, 부드러운 것으로 닦아준다.


잉크를 충전한 다음에, 만년필을 써보자.
부드러운 필기감이 느껴지시는가? 종이를 타고 흐르는 잉크의 선율이 느껴지시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만년필의 매력에 푹 빠진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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